1. 무한도전
근래 하하와 노홍철이 <무한도전>안에서 맡는 포지션은 서브였다. 최근 ‘무한상사’ 편에서는 상황극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정준하, 박명수를 받혔고, ‘나름 가수다’ 편에서는 자의는 아니지만 하위권을 차지했다. 작년 <무한도전> 전편을 놓고 봐도 그들이 방송 전면에 나선 적은 많지 않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그들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정확히는, 캐릭터가 소비되는 방식이 변화했다.
작년 시상식 시즌이 지나고 김태호 PD는 ‘최근 가장 팀플레이가 잘 맞는다’고 언급했다. 각자 주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멤버들은 서로의 장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멤버가 같은 기회를 부여받는 ‘도전’이나 추격전을 포함한 ‘게임’ 컨셉이 아니라면 매번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멤버가 생긴다. 요즘 무한도전을 보면 일곱 명이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웃음의 시너지를 만들기보다 각 특집에 유능하거나 흐름을 탄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는 형국이다. 모든 자리의 역할이 중요한 스포츠 팀이 주/조연이 나뉘는 드라마 팀이 되었다.
길이 들어오기 전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성장해 갈 때, 출연자를 어떤 조합으로 묶어도 균질한 웃음이 보장됐다. 그 조합을 묶는 일은 캐릭터라이징에 천부적인 유재석이 담당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유재석은 캐릭터 게임의 유닛이기보다 전략 센터에 가까웠다. 이후 길이 들어오고 캐릭터가 완숙되었을 때 자연히 인물의 성향과 장단점에 따라 계층이 생겼다. <무한도전>에 버금가는 장수 예능이 없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캐릭터라이징이 완성되었을 때 그것을 소모적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캐릭터가 소모된 후 작위적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는 제작진의 무리수를 많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SBS의 리얼 버라이어티 실패작들이 대개 여기 해당한다.
<무한도전>은 부조화를 그대로 끌고 간다. 작위를 감행하지 않는다. 이건 제작진이 명민해서가 아니라, 나는 전적으로, 성실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단적인 예가 하하vs홍철 특집이라 보았다. 무한도전는 캐릭터를 소모하지 않고 공고히 하는 법을 안다.
몇 주 전 방송에서 짧게 지나간 부분이지만, 노홍철이 하하에게 ‘(상황극의 수위가)약한 것 같으니 조금 더 세게 하자’고 했던 것이 언급됐다. 둘의 라이벌 관계는 사실 누가 보든 연기에 가까운 것을 안다. 이렇게 작은 감정선을 실제처럼 부풀리는 것은 리얼 예능에서 자주 쓰는 전략이고, 연기자가 능숙하지 못하면 시청자를 거슬리게 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은 이렇게 불어난, 연기에 가까운, 그래서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아이템을 새롭게 요리했다. 그 둘의 라이벌 감정이 진실과 멀다면, 다른 책임을 부과해서 실제화 시킨 것이다. 어깨 위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성원을 얹고, 거대한 규모의 무대로 주연으로서의 부담감을 실었다. <무한도전>은 ‘명수는 아홉 살’ 편의 상황극이나 ‘정준하의 기습공격’ 편의 게임들처럼 캐릭터를 증폭시켜 활용하면서 쇼의 공기에 진정성을 담는다. ‘하하 대 홍철’ 편에서 이 새로운 문법에 상대적으로 배재되었던 이 둘이 전면에 배치되며, 프로그램 기획에 외연을 한층 더 넓혔다. 유닛의 새로운 배치법의 경험치가 쌓이고 있다.
2. K-pop 스타
챙겨보는 또 하나의 예능 중 하나인 'K-POP 스타‘. 프로그램의 문법이 독특하다. 악마의 편집, 감동의 스토리도 없는데 무엇이 이런 강한 흡입력을 만들었는지 개인적으로 고민해볼 지점이다.
‘K-POP 스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3대 요소인 심사위원, 무대, 편집을 모두 완벽히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이 메이저 3대 기획사의 사장 및 간부 급, 이라는 데서 오는 무지막지한 신뢰성이 프로그램을 크게 지탱하고 있다. 신뢰성이 음악적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를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진짜‘ 스타를 배출할 확률이 높은 ’진짜‘오디션이라는 느낌. 이것이 주효하다. 아무리 타방송사에서 위대한 슈퍼스타들이 탄생을 한다고 해도 실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경험으로 누적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참가자들은 시청자들이 욕망을 투여할 만한 안정된 대상이 된다. 나는 예능을 형식적으로 다큐멘터리적 드라마라고 ’나름‘ 규정하는데, 그런데 이것이 판타지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됐든 실제 내가 아니라는 것에 드라마라는 것은 여전하지만) 훌륭한 흡입 요소가 된다. 요즘 사람들이 욕망을 투영할 만한 대리자를 너무 많이 찾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삶이 너무 고단하기 때문에, 꿈이라도 꾸고 싶은 심정으로 TV앞에 모이는 데 그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그 열풍 속에 진짜배기가 등장한 셈. 여기에 참가자들의 실력이 더해지고, 신파극을 꾸미거나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지 않는 제작진의 절제가 플러스 요인이 된다. 그야말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덕을 실로 다 갖췄다. (하나 더 꼽자면 메이저 기획사를 심사위원석에 앉히고, 최고급 마이크를 여러 대나 과감히 사용하는 SBS의 자본? 어쩌면 모든 것에 시작점일수도... 있겠다.)
대개 참가자가 걸러지고, 합숙 혹은 전문적인 지도가 시작된 후 시청률이 드라이브하는데, 이제 중반 레이스로 들어가는 데도 반향이 상당하다. 오디션 레이스를 초반/중반/후반으로 나누면 예선 부분인 초반은 ’K-POP스타’가, 주로 합숙 기간이 되는 중반 부분은 <위대한 탄생>이, 생방송 무대로 꾸려지는 후반 부분은 <슈퍼스타K>가 더 효과적으로 꾸미고 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 요소 중 ‘심사위원’ 보다 참가자들의 실력과 성장세, 편집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중반 이후의 전개를 ‘K-POP 스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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